0장
들어가며
커피에 우유를 붓고 숟가락으로 저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우유는 소용돌이를 그리며 퍼지고, 숟가락을 빼도 커피는 한동안 돌다가 천천히 멈춘다. 촛불 위로 피어오르는 연기도, 교각 뒤에서 소용돌이치는 강물도, 건물 모퉁이를 휘감는 바람도 모두 같은 규칙을 따른다. 그 규칙을 적은 식이 나비에-스토크스 방정식이다.
이 교재는 그 식을 한꺼번에 외우라고 하지 않는다. 식은 몇 개의 항으로 이루어져 있고, 항마다 맡은 일이 하나씩 있다. 대개 한 장에 한 항씩, 그 일을 먼저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져 본 다음에 식으로 적는다. 마지막 장에 이르면 쌓아 온 항들이 그대로 하나의 유체 시뮬레이터가 된다.
먼저 만져 보기
설명보다 실험이 먼저다. 아래 상자에는 잉크를 푼 물과 원기둥 하나가 들어 있다. 대본이 먼저 물을 몇 번 저어 보이고, 그다음은 직접 해 볼 차례다. 마우스로 끌면(휴대폰에서는 손가락으로 쓸면) 물을 저을 수 있고, 원기둥을 끌어 옮길 수도 있다. 실험 창 아래의 ‘점성 ν’를 올리면 물이 꿀처럼 끈적해진다. ‘잉크’, ‘입자’, ‘속력’ 단추로 화면에 그릴 것을 바꿀 수도 있다.
곁주석
이 실험은 그래픽 장치(WebGPU)로 계산한다. WebGPU를 지원하지 않는 브라우저에서는 같은 실험을 녹화한 영상이 대신 나온다. 영상에서는 직접 저을 수 없다.
몇 가지를 눈여겨보자. 대본에서 저은 물은 원기둥을 만나 소용돌이 한 쌍으로 말린다. 젓기를 멈춰도 물은 한동안 계속 움직인다. 잉크는 스스로 움직이지 않고 물에 실려 다닐 뿐이다. 점성을 높이면 같은 젓기도 굵고 부드럽게 말리고, 작은 소용돌이부터 더 빨리 잦아든다. 이 교재는 이런 모습 가운데 많은 것을 식의 항과 짝지어 설명한다.
실험실을 움직이는 식
이 실험실은 매 순간 아래 식을 풀어 방금 저은 물을 움직인다. 페이지 맨 위 방정식 막대의 식과 같다.
기호를 지금 다 알 필요는 없다. 우선 항마다 한 문장씩만 기억해 두자.
- 는 흐름의 속도다. 공간의 모든 점에 화살표가 하나씩 붙어 있다고 생각하면 된다(1장).
- 는 유체 덩어리 하나를 따라가며 본 속도의 변화율, 곧 가속도다. 한 점에서 본 변화율 와 덩어리가 자리를 옮기며 겪는 변화율 를 더한 것이다(1장, 5장).
- 는 압력이다. 압력이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유체를 민다(3장).
- 는 점성이다. 이웃한 유체끼리 속도를 고르게 나눈다. 그래서 벽에 붙어 멈춘 유체가 이웃을 끌어 늦춘다(4장).
- 는 바깥에서 주는 힘이다. 방금 물을 저은 손이 바로 이 항이다(6장).
- 은 질량 보존이다. 물의 밀도 를 일정하다고 보면, 어느 작은 상자든 들어온 만큼 나가야 하므로 물은 한곳에 뭉치거나 비지 않는다(2장).
첫째 식의 왼쪽은 유체 덩어리의 가속도이고, 오른쪽은 그 덩어리를 미는 힘을 단위 질량당 값으로 적은 것이다. 결국 이 식은 유체 덩어리마다 쓴 뉴턴의 제2법칙 다. 여기에 질량은 생기지도 사라지지도 않는다는 둘째 식이 짝으로 붙는다. 실험 창 왼쪽 위의 칩 다섯 개는 이 실험실에서 켜져 있는 항이다. 앞으로 나올 실험은 대부분 필요한 항만 켜 두고 그 항이 하는 일을 보여 준다.
곁주석
이 실험실은 정성적으로 맞는 수준이고, 정밀한 공학 계산(전산유체역학, CFD)은 아니다. 흐름은 2차원이고, 물을 많아야 가로 480칸, 세로 270칸의 격자로 나눠 계산한다. 휴대폰이나 느린 기기에서는 칸 수가 더 적다. 흐름을 칸에서 칸으로 옮기는 계산은 작은 소용돌이를 실제보다 빨리 뭉개는데, 이를 수치 확산이라 한다. 그래서 점성을 0으로 두어도 소용돌이는 조금씩 약해진다. 화면의 값은 모두 단위가 없는 무차원 수다.
이 교재를 읽는 법
장은 대체로 같은 순서로 흐른다. 먼저 현상을 보고, 실험으로 확인한 다음, 식으로 적고, 끝에서 그 장을 한 문장으로 줄인다. 맨 위의 막대는 지금 어디쯤인지 알려 준다. 이미 배운 항은 제 색으로 칠해지고, 그 장에서 배우는 항에는 밑줄이 그어지고, 아직 배우지 않은 항은 흐리게 나온다. 이 장에서는 아직 배운 항이 없으므로 식 전체를 미리 보도록 모든 항을 같은 밝기로 보여 준다.
실험 창 아래의 단추로 대본을 멈추거나 처음부터 다시 볼 수 있고, ‘다음 장면으로’를 누르면 다음 장면으로 건너뛴다. 슬라이더나 실험 화면을 건드리면 대본이 멈추고 직접 해 보는 상태로 바뀐다.
한 문장으로
이 교재는 완성된 유체 실험실을 먼저 보여 주고, 그 실험실을 움직이는 식의 항을 한 장에 하나씩 배운 뒤 다시 실험실로 돌아온다.
생각해 볼 질문
젓기를 멈춘 뒤에도 물이 한동안 계속 움직이는 까닭은 무엇일까?
답 보기
움직이는 물은 관성 때문에 계속 움직이려 한다. 실제 물에서 움직임을 가라앉히는 것은 점성이다. 벽에 닿은 물이 느려지는 것도 점성 때문이다. 물은 점성이 작아서 움직임이 천천히 잦아들고, 점성을 높이면 더 빨리 잦아든다. 이 실험실은 처음에 점성을 0으로 두는데, 그래도 소용돌이가 조금씩 약해지는 것은 수치 확산 때문이다. 점성은 4장에서, 흐름이 자기 운동량을 실어 나르는 일은 5장에서 다룬다.
생각해 볼 질문
실험 창의 잉크는 흐름을 바꿀까?
답 보기
바꾸지 않는다. 이 실험실의 잉크는 물에 실려 다니기만 하는 표시다. 실제로도 아주 묽게 탄 잉크는 흐름을 거의 바꾸지 않는다. 그래서 잉크가 그리는 무늬로 흐름을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