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장
질량 보존
물이 든 주사기의 끝을 손가락으로 막고 피스톤을 눌러 보면 피스톤은 거의 들어가지 않는다. 공기가 든 주사기라면 쑥 들어간다. 물은 눌러도 부피가 거의 줄지 않는다. 대기압의 백 배로 눌러도 0.5%쯤 줄 뿐이다. 그러니 물이 어딘가로 흘러 들어가면 같은 양이 어딘가로 빠져나와야 한다. 넓은 강이 좁은 협곡에 들어서면 물살이 빨라지는 것도 이 규칙과 맞닿아 있다. 같은 시간에 같은 양의 물이 지나가려면 좁은 곳에서는 빨라야 한다. 이 장은 이 단순한 규칙을 식 하나로 적는다. 방정식 막대에서 강조된 항이 그 식이다.
들어온 만큼 나간다
물속에 작은 상자를 하나 그려 보자. 벽이 있는 상자가 아니라 머릿속으로 그은 테두리라서 물은 그 위를 자유롭게 드나든다. 1초 동안 변마다 들어온 물과 나간 물의 양을 장부에 적는다. 물이 눌리지 않는다면 상자 안의 물은 늘어날 수도 줄어들 수도 없으므로, 들어온 양과 나간 양이 같아야 한다. 장부의 차액은 0이다.
예외는 물이 바깥에서 더해지거나 빠지는 곳이다. 바닥에서 물이 솟는 샘이나 물이 빠져나가는 구멍을 떠올려 보자. 평면 위의 흐름만 보면 샘에서는 물이 생겨나고 구멍에서는 사라진다. 아래 실험에서 흐름을 샘, 구멍, 회전 가운데 하나로 고르고 상자를 옮겨 보자. 변마다 주황 화살표는 나가는 물, 하늘색 화살표는 들어오는 물이다. 왼쪽 위 장부가 들어온 양, 나간 양, 그 차액을 적는다.
곁주석
이 실험의 흐름은 시뮬레이션이 아니라 정해 둔 식으로 그렸다. 운동 방정식을 푼 흐름은 아니다. 샘은 한 점이 아니라 반지름 0.1 남짓한 작은 영역에 퍼져 있다. 평면 흐름이라 물의 양을 부피 대신 넓이로 잰다. 장부의 수는 1초 동안 변을 지난 물의 넓이다. 입자는 샘이 물을 내놓는 곳에서 새로 생기고 구멍이 물을 거두는 곳에서 사라져서, 어디서나 고르게 퍼진 채로 있다.
처음에는 상자가 샘에서 떨어져 있다. 샘 쪽 변으로 들어온 물이 나머지 세 변으로 나간다. 들어온 양과 나간 양이 같아서 차액은 0이다. 물이 상자를 지나가기는 해도 상자 안에 쌓이지는 않는다. 상자를 샘 위로 옮기면 네 변 모두로 물이 나가기만 하고 차액은 +0.20이 된다. 샘이 1초에 내놓는 물의 양이다. 상자를 키워도 차액은 그대로 +0.20이다. 샘의 물은 거의 모두 상자 안에서 이미 솟고 있고, 새로 품은 자리로는 물이 지나가기만 하기 때문이다. 구멍은 거꾸로 물이 들어오기만 해서 차액이 −0.20이다. 회전하는 흐름에서는 물이 상자를 가로지르지만, 상자를 어디에 두어도 차액은 0이다.
장부의 차액, 발산
상자를 점점 줄여 한 점에 모아 보자. 장부의 차액을 상자의 넓이로 나눈 값은 상자가 작아질수록 일정한 값에 다가간다. 이 값을 그 점의 발산이라 한다. 가로 , 세로 인 작은 상자로 따져 보자. 속도를 로 쓰면, 오른쪽 변으로 나가는 물에서 왼쪽 변으로 들어오는 물을 뺀 양은 가 가로로 얼마나 변하는지에 달려 있다.
위아래 변도 마찬가지로 에 넓이를 곱한 만큼을 보탠다. 둘을 더해 넓이 로 나누면 발산이 나온다.
발산이 양수인 곳에서는 나가는 물이 들어오는 물보다 많다. 샘이 그렇다. 음수인 곳은 들어오는 물이 더 많은 구멍이다. 0인 곳에서는 들어온 만큼 나간다. 실험의 샘에서 발산은 주황색으로 번진 작은 원 안에만 있고, 그 밖에서는 0이나 다름없다. 회전하는 흐름의 발산은 어디서나 0이다.
거꾸로, 큰 상자의 차액은 그 안을 나눈 작은 상자들의 차액을 모두 더한 것이다. 이웃한 두 상자가 맞댄 변에서는 한쪽으로 나간 물이 다른 쪽으로 들어오므로 서로 지워지고, 바깥 테두리로 드나든 물만 남는다. 그래서 닫힌 테두리의 차액, 곧 나간 양에서 들어온 양을 뺀 값은 그 안의 발산을 모두 더한 값과 같다. 아래 식에서 은 테두리에 수직이고 바깥을 향하는 단위 벡터다.
상자를 키워도 차액이 그대로였던 까닭이 이것이다. 발산이 있는 곳은 샘 둘레뿐이라서, 샘을 통째로 품은 상자는 크기와 상관없이 샘이 내놓는 양을 잰다. 샘의 일부만 품은 상자는 그 몫만 재고, 샘을 품지 않은 상자는 0을 잰다.
곁주석
샘이 한 점이라면 발산은 그 점 하나를 빼고 어디서나 0이다. 그래도 그 점을 품은 상자는 크든 작든 같은 양을 잰다. 발산이 한 점에 몰려 있는 셈이다. 이 실험은 샘을 작은 영역에 퍼뜨려서, 어느 상자든 품은 만큼의 몫을 잴 수 있게 했다.
이제 질량 보존을 식으로 적을 수 있다. 밀도가 일정한 유체 안에 샘도 구멍도 없다면, 어느 점에서나 들어온 만큼 나가야 한다.
나비에-스토크스 방정식과 나란히 놓이는 둘째 식이 이것이다. 첫째 식이 흐름이 어떻게 바뀌는지를 말한다면, 이 식은 흐름이 지켜야 할 조건을 말한다.
곁주석
밀도 가 바뀔 수 있는 유체의 질량 보존은 다음과 같다. 어느 상자든 안에 든 질량은 드나든 질량만큼만 바뀐다는 뜻이다.
가 일정하면 첫째 항이 사라지고, 로 나누면 발산이 0이라는 식만 남는다. 액체는 이 가정이 잘 맞는다. 공기도 소리 빠르기의 3분의 1(초속 100m쯤)보다 느리게 흐르면 밀도가 몇 퍼센트밖에 바뀌지 않아서 이 식을 쓴다. 이 교재는 처음부터 끝까지 를 일정하게 둔다.
좁은 곳에서 빨라지는 물
관 속의 흐름에 장부를 적용해 보자. 두 단면 사이의 관을 하나의 상자로 본다. 벽으로는 물이 드나들지 않으므로, 1초 동안 단면 1로 들어온 물은 모두 단면 2로 나가야 한다. 1초 동안 단면을 지나는 물의 양을 유량이라 하고, 유량은 단면의 넓이 에 평균 속력 를 곱한 값이다. 그러니 두 단면의 유량이 같다.
평면 흐름에서 단면의 넓이는 관의 폭이다(깊이를 1로 본다). 아래 실험은 1장에서 본 그 좁아지는 관이다. 두 단면마다 폭 , 평균 속력 , 그 곱인 유량 를 보인다. ‘좁아짐’은 1장에서처럼 입구 폭이 목 폭의 몇 배인지를 정하고, ‘단면 2’는 둘째 단면의 자리를 옮긴다.
곁주석
이 관은 1장에서처럼 물의 부피가 보존되도록 정해 둔 식으로 그렸다. 운동 방정식을 푼 흐름은 아니다. 물은 단면의 어느 높이에서나 같은 빠르기로 앞으로 나아가고, 벽에서 멈추지 않고 벽을 따라 미끄러진다. 실제 물은 벽에 붙어 멈추고 가운데가 가장 빠르다(4장). 그래도 평균 속력으로 적은 식은 그대로 성립한다.
물은 목으로 들어서며 빨라지고, 넓은 곳으로 나오면 다시 느려진다. 그래도 두 단면의 는 늘 0.054로 같다. 단면 2를 어디로 옮겨도, 목을 더 좁혀도 그렇다. 폭이 좁아진 비율만큼 속력이 커진다.
번갈아 칠한 물 띠는 모두 넓이가 같아서, 폭이 좁은 목에서는 띠가 길게 늘어난다. 입자도 목에서는 흐름 방향으로 멀어지고 폭 방향으로 가까워지지만, 같은 넓이 안에 든 입자 수는 넓은 곳과 같다. 물이 어디서도 뭉치거나 비지 않는다는 뜻이다.
질량 보존은 물이 얼마나 빨라져야 하는지를 알려 준다. 그러나 무엇이 물을 밀어서 빠르게 하는지는 말하지 않는다. 물 덩어리가 빨라지려면 힘이 필요하고, 그 힘은 압력의 차이에서 온다. 3장에서 그 힘을 다룬다.
투영을 끈 가짜 유체
시뮬레이터도 이 조건을 지켜야 한다. 이 교재의 엔진은 스텝마다 저은 힘을 더하고 흐름을 실어 나르는데, 그렇게 얻은 속도장은 대개 발산이 0이 아니다. 그래서 스텝마다 발산을 지우는 단계를 거친다. 이 단계를 압력 투영이라 부른다. 압력이 어떻게 발산을 지우는지는 3장에서 본다. 아래 실험에서는 이 단계를 끄고 켤 수 있다.
곁주석
투영을 켜도 발산이 정확히 0이 되지는 않는다. 압력을 반복 계산으로 풀기 때문에 아주 작은 발산이 남는다. 이 실험에서 물을 젓는 동안 남는 발산은 투영을 껐을 때의 천분의 일쯤이다. WebGPU가 없는 브라우저에서는 녹화한 영상이 나오고, 영상에서는 투영을 바꿀 수 없다.
투영을 끈 채로 저으면 젓는 방향 앞쪽에 입자가 몰려 밝은 띠를 이루고, 뒤쪽은 입자가 빠져나가 어둡게 성기어진다. 들어온 만큼 나가지 않는 흐름이다. 발산 층을 켜면, 입자가 몰리는 앞쪽 가장자리는 하늘색(발산이 음수)이고 그 바로 뒤, 입자가 빠져나가고 있는 자리는 주황색(발산이 양수)이다. 이 가짜 유체에서는 물이 한곳에 몰려 쌓이고 다른 곳에서는 빠져나가 성기어진다. 밀도가 일정한 물에서는 일어날 수 없는 일이다.
투영을 켜고 똑같이 저으면 앞으로 밀린 물이 양옆으로 돌아 나가고, 소용돌이 한 쌍이 생긴다. 입자는 고르게 퍼진 채로 돌고 발산 층은 어둡다. 0장에서 저은 물이 소용돌이로 말린 것도 이 단계가 있었기 때문이다.
한 문장으로
밀도가 일정한 유체에서는 어느 작은 상자든 들어온 만큼 나가야 하므로, 그 장부의 차액을 넓이로 나눈 값인 발산 가 어디서나 0이다.
생각해 볼 질문
넓은 강이 초속 1m로 흐르다가 폭이 절반인 협곡에 들어선다. 깊이가 같다면 협곡에서 물은 얼마나 빨리 흐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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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균 초속 2m다. 깊이가 같으니 단면의 넓이가 절반이 되고, 유량이 같으려면 속력은 두 배가 되어야 한다. 다만 질량 보존이 알려 주는 것은 얼마나 빨라지는지뿐이다. 물을 빠르게 미는 힘은 압력의 차이에서 온다(3장).
생각해 볼 질문
투영을 끈 가짜 유체에서 입자가 몰려 밝아진 곳의 발산은 양수일까, 음수일까?
답 보기
음수다. 그 자리로 들어오는 물이 나가는 물보다 많아서 입자가 쌓인다. 거꾸로 입자가 성기어진 곳은 나가는 물이 더 많아서 발산이 양수다. 실험의 발산 층이 앞쪽 가장자리를 하늘색으로, 그 뒤를 주황색으로 칠한 까닭이다.